
오늘 2026년 4월 20일은 '제46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UN의 '세계 장애인의 해' 선포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첫 기념행사를 열면서 시작되었고, 1991년에 이르러 정식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4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재활과 자립을 상징한다고 하죠. 하지만 현장에서 장애인분들과 매일 호흡하는 우리에게 오늘은, 국가가 동정과 시혜의 언어로 기념하는 날이 아닙니다. 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온 장애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여전히 부족한 '당연한 권리'를 외치는 날입니다.
그 수많은 권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단연 '이동권'입니다. 문밖을 나서야 학교도 가고, 병원도 가고, 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특별교통수단 운전원들은 바로 그 이동권의 최전선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조작하고 운전대를 잡으며 제3의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씁쓸한 현실을 하나 고발하려 합니다. "운전원의 노동권이 무너지면, 장애인의 이동권도 무너진다" 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입니다.
무리한 꼼수 행정, 누구를 위한 '교대제'인가?
이용자분들은 매일 긴 대기시간에 지쳐갑니다. 대기시간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안전한 차량'과 '숙련된 운전원'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행정은 엉뚱한 꼼수로 현장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1. '증차 없는 증원'이라는 탁상공론의 함정
현재 현장의 차량 1대당 운전원 비율은 1.25명 남짓입니다. 문제는 멀쩡한 차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차량 고장이 잦아 기사는 출근했는데 탈 차가 없어 배차를 못 받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새 차를 살 예산이 없으니, 있는 차 1대를 두 명의 기사가 새벽 5시 출근조, 오후 2시 출근조로 나뉘어 16시간씩 교대로 몰게 하자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2. 기계가 혹사당하면 그 피해는 이용자에게 갑니다
얼핏 들으면 가동률이 올라갈 것 같지만 현장을 모르는 소리입니다. 기계인 차량이 쉴 틈 없이 16시간씩 굴러가면 노후화가 가속되고 정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어제 탔던 차가 오늘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약을 취소당하고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돌아갑니다. 또한, 근무 교대를 위해 차가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데드타임)이 발생해 정작 가장 바쁜 시간에 배차가 안 되는 역효과만 낳습니다.
3.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운전석
이러한 꼼수 행정에 더해, 고용 불안마저 만연합니다. 최근 춘천도시공사는 정규직 전환 약속을 저버리고 일부 운전원들과 고용을 단절하는 사태를 벌였습니다. 중증 장애인을 보조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일은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전문 서비스입니다. 1년마다 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일자리라면, 베테랑 운전원들은 떠날 수밖에 없고 서비스의 질은 추락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진짜 대안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특별교통수단 운전원들은 단순히 '돈을 더 달라'고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 환경'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 탁상행정 중단과 현장 소통: 최근 강원도 회의에서는 유료도로 통행료 안내와 경로 선택의 책임을 운전원과 이용자 간의 '상호 협의'로 떠넘겼습니다. 콜센터에서 미리 유료/무료도로를 접수받아 배차하면 될 일을, 차 안에서 기사와 승객이 통행료 문제로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입니다. 운전원이 운전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잡무를 전산화하고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행정의 일원화 (광역 통합): 시군마다, 위탁업체마다 제각각인 주먹구구식 운영을 끝내고, 도 차원에서 통합 컨트롤타워를 세워 배차부터 인력 운용, 일지 전산화 등 운영 효율화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 당사자 참여 협의체 구성: 도시군 - 위탁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공무원들끼리 밀실에서 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운전원(노동조합)과 이용자(장애인 단체)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특별교통수단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노동권 확장은 결국 '이동권의 완성'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진리는 하나입니다. 아날로그식 잡무를 없애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니 운전원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었고, 그 여유와 친절은 고스란히 이용객을 향한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선순환입니다.
꼼수 교대제가 아닌 제대로 된 예산 투입으로 차량과 운전원이 1:1로 매칭되고 고용 불안 없이 일할 수 있을 때, 노련한 기사들이 많아지고 배차는 원활해집니다. 내 차처럼 꼼꼼히 정비하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될 때, 차량 고장률은 줄어들고 목적지까지의 여정은 편안해집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시혜적인 행사나 동정 어린 시선보다 필요한 것은, 당장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콜택시를 기다리는 장애인분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그 든든한 발이 되기 위해, 굿센놈과 우리 특별교통수단 운전원들은 이동권과 노동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힘차게 운전대를 잡고 직진하겠습니다!

